취업준비생 스트레스, 사르트르의 '프로젝트'와 '자기 창조'로 극복하기

취업 준비생이 겪는 스트레스는 단순히 경제적인 불안감이나 경쟁의 압박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실존적 고뇌(Existential Anguish)'에서 비롯됩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선고받은 자유(Condemned to be Free)'를 가진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즉, 우리는 어떤 본질(essence)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본질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절대적인 자유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하며, 이로 인해 취업 준비생들은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특히,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직업', '안정적인 삶'이라는 기준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현실은 이 고뇌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면접에서의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불합격 통보는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 흔드는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나는 왜 항상 이럴까?", "나는 이 분야에 맞지 않는 사람인가?"와 같은 자기 비하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감정들은 자유로운 주체로서 미래의 나를 적극적으로 구성해나가야 한다는 실존적 요구에서 발생합니다.

'선택의 자유'가 주는 압박감과 실존적 불안

취업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어떤 직무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기업에 지원할 것인가, 어떤 역량을 개발할 것인가 등 모든 결정은 나의 미래를 규정하는 중요한 행동입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로우며, 그의 모든 행동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자유는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그 가능성 안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역설적인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내가 내린 선택이 나중에 후회로 남을까 봐, 또는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이 더 좋았을까 봐 하는 염려는 취업 준비생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그림자가 됩니다.

이러한 실존적 불안은 때로는 '불성실(Bad Faith)'이라는 태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불성실은 자신의 자유와 책임을 부정하고, 자신을 마치 운명이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결정되는 '사물(thing)'처럼 여기는 태도입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 안 돼", "시장이 안 좋아서 취업이 안 되는 거야"와 같은 말들은 자신의 주체적인 행동과 선택을 회피하고, 외부 요인에 자신을 맡겨버리는 불성실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자유를 외면할 때, 취업 준비생들은 더욱 깊은 무력감과 스트레스에 빠지게 됩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프로젝트(Project)'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현재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미래의 나'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투사(project)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취업 준비는 바로 이러한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구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이 어떤 직업적 정체성을 가질 것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나만의 프로젝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취업 준비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기업의 선택을 기다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대신,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탐색하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미래의 나'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됩니다. 즉, 나의 모든 행동은 나를 규정하는 행위이며, 내가 하는 선택 하나하나가 바로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취업 준비생에게 엄청난 책임감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자유와 통제감을 선사합니다.

취업 준비를 '나만의 프로젝트'로 만들기

취업 준비를 나만의 '프로젝트'로 재정의하는 것은 스트레스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외부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목표와 가치를 중심으로 준비 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첫째, 목표 설정의 주체성이 강화됩니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야지' 하는 마음 대신, '나는 어떤 일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직무와 기업을 탐색하게 됩니다. 둘째, 과정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스터디, 자격증 취득, 대외 활동 등 모든 노력이 단순히 스펙 쌓기가 아닌, '미래의 나'라는 프로젝트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인식됩니다. 셋째, 실패에 대한 태도가 변화합니다. 면접 탈락이나 서류 불합격은 더 이상 '나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실행 과정에서 발견된 개선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피드백이 됩니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Existence Precedes Essence)'고 말했습니다. 이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본질이나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며, 스스로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취업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과정 자체가 바로 '자기 창조(Self-Creation)'의 행위입니다. 스트레스는 이 자기 창조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안감과 책임감의 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회피하기보다 직면하고 능동적으로 자신을 창조해나갈 때, 스트레스는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수동적인 기다림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회사에서 나를 뽑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직무와 역할을 향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훈련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자기 창조의 과정입니다. 실패나 좌절은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지만, 이를 '나는 부족하다'고 단정 짓는 대신,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질문할 때, 비로소 자기 창조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실패는 곧 자신의 프로젝트를 수정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소중한 재료가 됩니다.

면접 실패와 불합격을 통한 자기 창조

면접 탈락이나 서류 불합격은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경험은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규정하는 확정적인 결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당신이 현재 투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중요한 피드백이자, 새로운 '자기 창조'의 기회입니다. 탈락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리거나 자책하며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불성실'에 해당합니다. 대신,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지, 어떤 새로운 능력을 습득해야 할지, 혹은 자신의 방향성을 재고해볼 필요는 없는지 등을 성찰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창조의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 특정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면, 이는 '나는 그 질문에 약한 사람'이라는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면접에서는 이 질문에 더 효과적으로 답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정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처럼 모든 경험, 심지어 부정적인 경험마저도 자신을 만들어가는 재료로 활용할 때, 취업 준비생은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단단함을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는 자율성과 책임감이 바로 스트레스를 넘어서는 힘이 됩니다.

취업 준비 기간의 스트레스는 단순히 '일자리 없음'에서 오는 감정이 아닙니다. 이는 미래를 향해 자신을 '프로젝트'하고, 끊임없이 '자기 창조'를 해나가야 하는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서 오는 필연적인 고뇌입니다. 사르트르의 철학적 통찰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외부에서 오는 통제 불가능한 압력이 아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자유와 책임의 증거로 바라보게 합니다.

당신은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모든 선택과 행동을 통해 당신은 매 순간 당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신'을 창조해나가고 있습니다. 면접 탈락, 서류 불합격과 같은 좌절은 당신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프로젝트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고,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을 기억하세요. 이 글에서 제시된 사르트르의 개념들을 마음속에 새긴다면, 취업 준비는 더 이상 고통스러운 의무가 아닌, '나'라는 존재를 완성해나가는 가장 역동적이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