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소원해질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 유지법 5가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Nicomachean Ethics)에서 우정을 세 가지 종류로 나누고 각 우정의 특성과 유지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우리는 먼저 어떤 종류의 우정이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정의 본질을 파악하면 그에 맞는 적절한 유지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유용성에 기반한 우정 (Friendship of Utility)

이 우정은 서로에게 유용하거나 이익이 될 때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함께 공부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친구, 비즈니스 파트너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우정은 목적 지향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목적이 달성되면 쉽게 소원해질 수 있습니다. 관계의 소원함은 대개 상호 이익의 감소에서 비롯되므로, 이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공동의 목표나 이익을 찾아야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관계가 가장 피상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유형의 친구 관계는 실용적 가치가 있는 한 유효하지만, 상대방 자체보다는 그들이 제공하는 이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깊은 감정적 유대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이러한 우정이 소원해졌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으며, 억지로 붙잡기보다는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새로운 유용성을 찾거나 다른 종류의 우정으로 발전시킬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쾌락에 기반한 우정 (Friendship of Pleasure)

이 우정은 서로에게 즐거움과 쾌락을 주기 때문에 형성됩니다. 함께 놀러 다니거나, 취미를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대표적입니다. 이 관계는 유용성 우정보다 조금 더 감정적인 요소를 포함하지만, 쾌락의 원천이 사라지거나 다른 곳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게 되면 쉽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동아리를 함께 하면서 친해졌지만 졸업 후 연락이 뜸해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쾌락 우정은 젊은 시절에 흔히 나타나며, 특히 변덕스러운 감정에 기반하기 쉽습니다. 관계가 소원해졌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거나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관계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공동의 즐거움을 찾거나,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덕성에 기반한 우정 (Friendship of Virtue)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우정을 가장 완전하고 이상적인 우정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상대방의 덕성(virtue) 그 자체를 존중하고, 서로의 훌륭한 인격을 사랑하며, 상대방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데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우정은 이익이나 쾌락이 사라져도 변치 않으며, 오랜 시간 동안 견고하게 지속됩니다. 예를 들어,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려울 때도 곁을 지켜주는 진정한 친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덕성 우정은 서로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며, 함께 선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더욱 깊어집니다. 이 관계는 형성하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형성되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쉽게 소원해지지 않습니다. 만약 이러한 우정이 소원해졌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덕성에 기반한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도 그의 철학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다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에서 영감을 얻어, 멀어진 친구 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 5가지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① 함께 시간 보내기: 공유된 경험의 중요성 (Shared Experiences)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들이 "함께 살고"(living together) 또는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것"(sharing enjoyment)이 우정의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은 우정의 불씨를 되살리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것을 넘어,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에 동참하거나, 함께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다면, 정기적인 화상 통화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온라인 게임 등 비대면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할애하여 공유된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유용성이나 쾌락 기반의 우정을 덕성 우정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친구들은 서로에게 "진실을 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원해진 관계에서는 대화가 단절되거나 형식적인 안부 인사에 그치기 쉽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동시에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공감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는 오해를 풀고, 서로의 변화된 상황을 이해하며, 여전히 상대를 아끼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과정입니다.

대화를 시도할 때는 비난이나 질책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나 전달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네가 이렇게 해서 내가 화가 났어" 대신 "나는 네가 ~했을 때 ~한 감정을 느꼈어"와 같이 말하는 것이죠. 또한 친구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솔직함은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배려심 있는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③ 상호 존중과 신뢰 구축: 덕성 우정의 기반 (Mutual Respect & Trust)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성 우정의 핵심이 상호 존중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친구의 인격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그들의 사생활과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소원해진 관계에서 신뢰를 재구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약속을 지키고, 어려운 상황에서 친구의 편에 서주며, 뒤에서 험담을 하지 않는 등의 행동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친구를 대할 때, 그들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친구가 특정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성심성의껏 돕되, 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존중과 신뢰는 우정의 깊이를 더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관계를 지탱해주는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④ 비판과 수용: 진정한 성장을 위한 노력 (Constructive Criticism & Acceptance)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건설적인 비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가거나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을 때, 이를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지적해주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동시에 친구의 비판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 삼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비판을 할 때는 특정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객관적이고 부드러운 어조로 전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너는 항상 그래" 대신 "네가 최근에 했던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내 생각엔 [다른 방법]을 고려해보는 게 어떨까?"와 같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상호 비판과 수용의 과정은 관계를 더욱 성숙하고 깊게 만들며, 친구로서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합니다.

⑤ 공동의 선 추구: 목적 있는 관계 형성 (Pursuit of Common Good)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성 우정의 또 다른 특징으로 '공동의 선'(common good)을 추구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즐거움이나 이익을 넘어, 함께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정은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봉사 활동에 참여하거나, 특정 지식을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로의 직업적 성장이나 개인적인 목표 달성을 돕는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공동의 선 추구는 관계에 목적의식을 부여하고, 단순한 개인적 유대를 넘어 더 큰 의미를 창출하며, 소원해진 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를 빌려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소중한 우정을 다시 되살릴 수 있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진심으로 소통하며, 상호 존중과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덕성 우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우리 자신과 친구 모두를 더욱 성숙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