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체성 고민, 키르케고르의 선택과 실존적 결단으로 극복하기

대학생 시기는 고등학교까지의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첫 관문입니다. 전공 선택, 진로 결정, 인간관계 형성 등 모든 면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극대화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이 따릅니다. 이러한 환경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광범위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며, 이는 때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환희보다 '무엇도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은 정보 과잉의 시대이기도 하여,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타인의 화려한 삶을 접하며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 부족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대학생들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 맞는 길은 어디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때로는 이러한 고민이 학업이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무기력함, 불안감, 우울감 등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진로를 선택하는 문제를 넘어, 개인의 가치관과 존재론적 기반을 흔드는 근본적인 정체성의 위기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학생의 정체성 고민은 내외부의 다양한 압력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자아를 확립하려는 자연스러운 시도이자, 동시에 주체적인 삶을 향한 필수적인 통과의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바로 여기서 키르케고르의 통찰이 강력한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로서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따른 결과와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선택'의 자유는 동시에 '불안(Angst)'을 동반하는데, 키르케고르에게 불안은 단순히 두려움(Fear)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두려움은 특정 대상이 있지만, 불안은 대상 없는 불안감, 즉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어떤 선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현기증 같은 것입니다. 대학생이 느끼는 전공, 진로, 인간관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바로 이러한 실존적 불안에 해당합니다.

키르케고르는 인간이 겪는 불안을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안은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신호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불안은 우리에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며,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임을 일깨워줍니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선택의 압박감과 그에 수반하는 불안은, 사실상 그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주체적인 존재임을 증명하는 역설적인 증거인 셈입니다. 이 불안을 회피하는 대신 직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겪는 진로 고민, 대인 관계의 어려움, 학업 스트레스 등은 단순히 외부적 요인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실존적 중압감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실존적 불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키르케고르는 이 불안을 통해 인간이 비로소 자신의 주체성을 인식하고, 삶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정체성 고민에 빠져 있다면, 그 불안을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걸음이 됩니다.

키르케고르 철학의 핵심 중 하나는 '실존적 결단(Existential Decision)'입니다. 이는 단순히 합리적인 계산이나 타인의 조언에 따라 내리는 일반적인 결정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실존적 결단은 논리나 이성을 초월하여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비약(Leap)'을 요구합니다. 마치 심연 앞에서 발을 떼는 것과 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드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결단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개인이 진정한 자기 자신, 즉 '주체(Subject)'로서 확립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대학생의 삶에서 실존적 결단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사회의 기대와는 다른 전공을 선택하거나, 안정적인 진로 대신 불확실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열망하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 혹은 고통스러운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 등이 해당합니다. 이러한 결단은 객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이며,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는 선택입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비로소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며, 외부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실존적 결단은 단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매 순간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재확립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결단의 내용 그 자체보다, 그 결단을 내리는 '방식'과 '태도'입니다. 자신의 불안을 직면하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며, 오직 자신만의 진실에 따라 행동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학생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진정한 자아를 구축해나갈 수 있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실존 철학은 대학생들이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몇 가지 중요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첫째,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입니다. 불안은 우리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긍정적인 신호임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것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 감정 자체가 '내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구나'라는 메시지임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둘째, '비약'으로서의 결단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이는 명확한 근거나 보장이 없더라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믿고 과감히 선택하며, 그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으며, 모든 선택에는 불안정성이 따릅니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용기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갖추게 됩니다.

셋째, 외부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합니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거나, 이상적인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열망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형성해 나가는'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정체성 확립이 이루어집니다.

대학생 시기의 정체성 고민은 피할 수 없는, 어쩌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입니다. 키르케고르는 이러한 고민과 그에 수반되는 실존적 불안을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하는 대신, 인간이 자신의 주체성을 깨닫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제시합니다.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느끼는 불안을 직면하고, 사회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실존적 결단'을 내릴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며, 모든 선택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릅니다. 이 책임감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자유의 증거로 받아들이십시오. 키르케고르의 메시지처럼, 불안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매 순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며,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고민은 당신을 더욱 단단하고 풍요로운 존재로 만들 것입니다.